whisper

부끄러운자식_

cien_ 2010. 2. 19. 23:46



Old Book 3




어떤 편집자의 블로그를 본 적이 있다.
몇 달동안 밤을 지새우고, 고생을 해가면서 자신의 첫 책이 나왔을 때의 그 기분을.
‘내 자식을 낳아 처음 얼굴을 마주했을 때' 이런 기분일까. 했다는데

작업한 첫 책을,
인쇄소에서 막 나온,
아직 식지 않아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온기가 남아 있는 책을 받아 들고는
잠깐 멍하게 내려봤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나, 따뜻한 에세이나,
끈기를 요하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알아야 할 어떤 이야기.
그런 책이 아니어서일까.

몸에 좋지 않은 음식과, 음악과, 볼거리와, 못된 마음을 잔뜩 품고는,
결국 남들보다 왠지 모자라 보이는 아이를 세상에 내놓고
괜히 부끄러워진 철없는 엄마가 된 마음이. 어쩌면 이럴까

자랑스러운 첫 내 새끼라고. 지인의 손에 안겨주며
인쇄소에서 막 나온
따뜻하고, 덜 마른 잉크의 냄새와,
아직 미처 완벽하게 종이로 승화되지 못한 한 나무의 어떤 먼 이야기가 들리는 듯한 그런 책을.

언젠가는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