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sper

이것은불면증이아니다.

cien_ 2007. 7. 1. 04:28

저녁에 진한 에스프레소 따위는 마시는게 아니었다.
왠지 마음이 써 입이 쓴 커피를 마시고 싶었던게,
하필이면 자려고 누운 시간부터 추적거리는 빗소리를 놓치지 못한것이 탈이다.

불을 끄고 세시간동안 누워서 허리가 아프도록 뒤척이는게 아니었다.
그저 책이라도 읽을껄
이젠 머리가 아파 책을 읽을 수도 없다.
이미 모든 세포하나하나가 잠들어 있는데 뇌만 깨어 있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에 알던 한 사람은
언제나 줄창 말보로를 피웠는데
담배냄새를 싫어하는 내게도 그녀의 그런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가족이 없던 그녀가
언제가 명절에 엄마의 초대로 우리집에 온적이 있다.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문득 옆자리의 그녀의 부재가 느껴졌다.
발코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던 그녀의 모습과
그 푸른 담배연기가
가끔 아직도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지곤 한다.

내 불면증은 고등학교때부터 였는데
언젠가 내가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한다는 말에
그녀가 건네준 카세트 테입이 있었다.

A면에는 그녀가 기타로 연주한 섬집아기가 그리고 B면에는 제목모를 하프연주가 담겨있었다.

신기하게도 -
잠이 안올 때 그 테입을 듣고 있으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잠이 들곤 했었다.

그 테입이 늘어날 때쯤 -
나의 불면증은 조금 나아졌고
그리고 그녀는 어디론가 떠났다.

언젠가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또 언젠가
그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럼
소설을 읽은
영화를 본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앞에 나타나
오랫만이야.
라고 말 할 것 같다.

사실 지금 난 그저 편안히 잠 들 수 있는 음악 한곡이 필요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