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sper
봄을위한.
cien_
2008. 4. 25. 04:43
오랫동안 잊고 있던
어떤 기억과 갑자기 마주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때로는 그것과 너무 오랜시간 조우 하지 않은 까닭에
새삼스럽고 낯설어
과연 내가 기억하고 있는것이 맞는지 혼란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대부분은 조금은 미화되고,
심지어는 오로지 나의 바람대로 왜곡되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는 보통 외면. 이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엄습해 오는 순간을 어떠한 식으로든 피해보려는 것이다.
물론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지만.
봄에 대한 텍스트 리딩시간에 학생들은 '봄을 타다' 라는 문장을 읽고서는
봄은 자동차나 기차처럼 탈수 있는 게 아닌데 '타다'라는 동사를 사용하냐면서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한국어에는 불가능한 합성어가 많다고 투덜거렸고
나는 이런저런 설명끝에 그건 일종의 메타포고
한국사람들은 감수성이 너무 풍부해서 그렇다!고 우겼다.
그리고 봄을 타는 증상에 대한 본문을 함께 읽으며
자기들 끼리 신이나서 자신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봄을 타고
우크라이나 여자들과 한국 여자들,
아니 전세계 어느 여자들도 봄을 타는 증상이 비슷할 거라는
결론에 우리는 다다랐다.
매년 맞이 하는 봄이 그리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그래도
그러니까-
묻혀있던 기억의 갑작스러운 부유는 나에게 있어서 일종의 '증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