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오르쉐미술관의 그림들이 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적이있다.
고흐의 그림 몇점이 왔었는데
'고흐의 방' 이 한 벽면을 차지 하고 있었다.
다만 그 하나의 그림을 직접보고 싶어서 일주일 동안 네번쯤 그 벽앞에 서서
가만히 '고흐의 방'을 응시하다 오곤했다.
그게 내가 아마 기억하기에는 고흐의 숨을 느낀 첫번 째 그림이었다.
몇번의 일본여행중 운 좋게 만났던 단 한번의 고흐의 전시회는
그저 내겐 손끝 발끝의 피가 심장까지 휘몰아 치는 그런 희열이었다.
물론 내가 너무 사랑하는 몇 그림들이 전시되지 않았었고,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일본풍'의 그림들이 많이 전시 되었지만
그게 어딘가.
난 그저 바닥에 주저 앉아 그의 그림을 보고 만지고 듣고 읽었다.
클리블랜드 미술관의 전시품들을 옮겨온 이번 '반고흐 에서 피카소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인상파 작품들의 그림이 제법 많이 전시되어
빗방울에 새 구두가 젖어 들어가는 것도
커피가 볶은지 너무 오래 된 콩을 써서 크레파스 냄새가 나는 것도
참아 줄 수 있었다.
물론 이번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했던 루브르 전에 비하면
규모면에서나 시설 면에서나
- 조명도 엉망이었고 관리도 엉망이었고 게다가 입장료는 삼천원이나 더 비쌌지만
그들을 그림을 바로 눈 앞에서 봤으니까
그들의 역사를
그 순간의 호흡을 함께 했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누군가의 삶을 먼 훗 날의 다른 누군가가 기억한다는것.
그대상이 그림이든 글이든 음악이든.
널 만지고
느끼고
그리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