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하찮음과 약함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뻔하고,
너무 잘 알려져 있고, 너무 지루해서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과제가 넓게 보면 분명히 말이 안 되는 것임에도,
확고한 결의와 진지함으로 그 과제에 대행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과장하고자 하는 충동은 지적인 오류이기는 커녕
사실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생명력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을 우주의 중심으로 보고 현재를 역사의 정점으로 보는 것,
코앞에 닥친 회의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묘지의 교훈을 태만히 하는 것, 가끔씩만 책을 읽는 것, 마감의 압박을 느끼는 것,
동료를 물려고 하는 것,
부주의하고 탐욕스럽게 행동하다가 전투에서 산화해버리는 것
-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생활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모든 기획의 궁극적인 운명을 직접 목격한다면, 우리는 바로 몸이 마비되어 버릴 것이다.
우리의 일은 적어도 우리가 거기에 정신을 팔게는 해줄 것이다.
완벽에 대한 희망을 투자할 수 있는 완벽한 거품은 제공해주었을 것이다.
우리의 가없는 불안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취가 가능한 몇가지 목표로 집중시켜 줄 것이다.
우리에게 뭔가를 정복했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품위 있는 피로를 안겨줄 것이다.
식탁에 먹을 것을 올려 놓아줄 것이다.
더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 있게 해 줄 것이다.
_일의 기쁨과 슬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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