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burying museum 2009. 10. 30. 22:45

_생각해보면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한다는 것은 웃기는 말이었다. 한번 시간을 잃어버리면 결코 만회하거나 회복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위장하고 싶어서 쓰는 터무니 없는 관용어, 명백한 진실과는 반대로, 우리가 영원히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시간이, 세상의 모든 시간이 자기 것인 사람처럼 참을성 있게 제자리에 서서, 우리가 시간의 부재를 눈치채 주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믿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_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말할 가치가 없거나, 딱 한 번만 말하면 되는 말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더 가치 있는 다른 말의 자리를 차지해 버릴 것이다. 그 말이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말이 불러올 수 있는 결과 때문에 그렇다.

_결정적인 순간은 결코 늦게 오거나 일찍 오는 법이 없다. 우리가 아니라, 그 결정적인 순간이 보기에 딱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때에 우리를 찾아 올 뿐이다. 결정적인 순간이 우리레게 제시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우연히 맞아 떨어진다고 해서 그 순간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다.


_어쨌든, 이라는 말 말이야. 흔히들 하는 말이잖아. 하지만 처음에는 단순한 장식처럼 보이기 때문에 아무리 봐도 쉽게 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어떤 뜻이 숨어 있는지 깨닫게 되면 무서워지는 말이야.
이것은 우리가 달리  어쩔 수 있겠어, 뭘 기대한 거야, 세상이 원래 그런거지 뭐 같은 말들을 돌려서 말하는 또 하나의 표현일 뿐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그냥 포기하고 대세를 따르라는 의미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_ 주제 사라마구 <동굴>

'burying museu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마워요 보통_  (0) 2010.06.20
여름이 가면, 가을  (1) 2010.01.19
천명관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 _ 난 그저 좀 눈치없는 하녀였을 뿐.  (0) 2009.10.13
get back  (2) 2009.09.23
멋진하루.  (0) 2009.06.21
Posted by cien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