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탄식을 했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저렸다가,
괴로웠다가,
손에 땀이 났다, 한숨이 쉬어지고
안도하는 찰나에 영화가 끝났다.



실재했던 시공간,  
사람들의 심정은 차마 공감도 할 수 없어
만듦새를 논하기에도 버거웠다.

돈 많은 백수가 꿈인 요사이가 문득 부끄러워지는,
맹목적인 삶의 의지와 절박함이 손끝에 새겨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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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팅힐의 줄리아 로버츠와
비포 선라이즈의 에단 호크는
내 청춘에 투영하고 싶은 찬란한 젊음과 아름다움의 한 씬을 차지하고 있다.

중년이 된 두 배우가 아포칼립스/ 재난 영화의
권태로운 부부를 연기한다는 사실은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프렌즈 결말에 집착하는 로즈였다.

로스와 레이첼의 해피엔딩을 맞이했는지 궁금해 나 또한 시즌 전체를 사나흘 만에 정주했기에,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는 바.

빌어먹을 테러의 주적이 아랍이든 북한이든
빌어먹을 세계 종말이든, 테러든  무슨 상관이람.

결말이 궁금한 드라마를 시청하며 안전가옥에서 칩스를  씹으며 리모콘을 누르는 그런 재미지상주의.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이가 모두 빠질 위험을 건너는 대범함을 동경하고 말았는지도 모르겠다.

킬링타임용으로 소비하기엔 소름 돋게 현실적인 부분이 있었고,
진지하게 뜯어보기엔 설득력은 부족했지만
지루함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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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30

burying museum 2023. 9. 30. 04:07

넷플릭스에서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를 봤다.

로날드 달의 소설을 웨스 엔더슨이 각색했고 배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을 했으니 제법 블록버스터 스타일로 만들수도 있었겠으나,  
돈많은 부자아저씨가 능력 있는 예술가에게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백지수표를 준다면 만들법한 미장센의 단편  영화였다.

그리고 문득,
예전엔 하지 않았는데 하는 것과
몰두했지만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러다,
의도적이지는 않았으나 그간 물리적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이 제법 오래였음을 깨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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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망령에 사로잡혀 청춘을 살아본 적 있다면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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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burying museum 2019. 4. 2. 20:51

"Be kind for everyone is fighting a hard battle. Be 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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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스마일

burying museum 2018. 12. 12. 06:37

어떤 행위가 그의 인생 그 자체라면, 그것을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그의 생이 멈추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 틈새에 사랑이나 평온한 일상이 끼어들어 즐거움을 주더라도, 그리하여 잠시 잊을 수는 있더라도, 결국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가 그랬고 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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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그려진 것이 아름다움을 빚어내지 않습니다. 그것을 그려야 할 욕구 그 자체에서 그것을 빚어낼 힘이 나옵니다. 제때, 제자리에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때에 거슬리는 것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아폴론은 아폴론의 시대에, 소크라테스는 소크라테스의 시대에 제 성격을 잃지 않습니다. 서로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둘 다 별것 아니게 됩니다. 쭉 뻗은 나무와 뒤틀린 나무 중에 어느 것이 더 아름답겠습니까? 제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름다움이란 주변과 어울리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사례는 끝이 없겠지요. 내가 무엇인지도 모를,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다고 듣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절대미란 가장 그럴싸한 헛소리일 테니까요.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것을 볼 줄 모르기 때문에 그럴 뿐이고, 완성된 예술에 파묻혀, 항상 마르지 않을 만큼 풍요로운 자연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용감한 분들 아닙니까! 시인이 되기보다 시를 지으려는 사람들입니다.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 1863년 6월 2일 테오도르 펠로케에게 밀레>>

 

 

 

 

::: 상시에가 쓴 밀레의 평전을 작업하고 있는 중이다. 백 년, 이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예술이란, 예술가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런 슬픔의 시기에 예술이라니.

 

그러나 누군가는 또 일을 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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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burying museum 2011. 1. 17. 23:40






애당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 가는 거야.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은 그래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시시해질 자신의 삶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지.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어, 대신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
                                     -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수 십 권의 소설들이 쌓여있고, 곧 거기에 수를 보탤 원고들이 쌓여있다.

넘치는 활자와 그것들이 꾸려내는 서사들이 뒤엉켜, 그러고 보니 이번 달에는

겨우 단 한권의 책을 읽었을 뿐이다.

누구는 하루종일 소설을 읽으면서 또 소설이 재미있냐고 묻곤 하는데

그래, 소설이 재미있다.

뒤엉켜 있는 감성과 텍스트에서 날 건져주는 것도 종종, 소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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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하찮음과 약함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뻔하고,
너무 잘 알려져 있고, 너무 지루해서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과제가 넓게 보면 분명히 말이 안 되는 것임에도,
확고한 결의와 진지함으로 그 과제에 대행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과장하고자 하는 충동은 지적인 오류이기는 커녕
사실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생명력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을 우주의 중심으로 보고 현재를 역사의 정점으로 보는 것,
코앞에 닥친 회의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묘지의 교훈을 태만히 하는 것, 가끔씩만 책을 읽는 것, 마감의 압박을 느끼는 것,
동료를 물려고 하는 것,
부주의하고 탐욕스럽게 행동하다가 전투에서 산화해버리는 것
-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생활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모든 기획의 궁극적인 운명을 직접 목격한다면, 우리는 바로 몸이 마비되어 버릴 것이다.

우리의 일은 적어도 우리가 거기에 정신을 팔게는 해줄 것이다.
완벽에 대한 희망을 투자할 수 있는 완벽한 거품은 제공해주었을 것이다.
우리의 가없는 불안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취가 가능한 몇가지 목표로 집중시켜 줄 것이다.
우리에게 뭔가를 정복했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품위 있는 피로를 안겨줄 것이다.
식탁에 먹을 것을 올려 놓아줄 것이다.
더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 있게 해 줄 것이다. 
                                  
                                                              _일의 기쁨과 슬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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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 _ 난 그저 좀 눈치없는 하녀였을 뿐.  (0) 2009.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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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은 같은 시차 안의 사랑을 꿈꾼다.
나는 그녀를 삼차원적으로 사랑하는데
그녀는 사차원 안에 있다면
그는 사랑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들은 사랑을 하는게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신을 사랑하는 톰에게 썸머는 운명이나 사랑같은 건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썸머는 운명이나 사랑을 믿지 않는게 아니라 톰을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한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썸머는 사랑은 운명처럼 다가온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연인은 이 즐거운 사랑의 한 때가 영원하리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그녀의 어깨모양의 반점이 하트모양에서 바퀴벌레 모양으로 보이는 그 순간.
그 영원하리라는 믿음이
영원으로 사라지곤 한다.


그 어깨모양의 반점은
누군가의
한 때는 앙증맞았지만 이제는 고르지 못해 보기 흉한 덧니나,
처음엔 밝고 명랑해 좋았지만 지금은 시끄럽고 듣기 싫은 웃음소리나,
자연스럽게 구불거리며 매력적이었지만 비만 오면 사방으로 뻗치는 지저분한 반곱슬머리와도
비슷할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톰이 옳았다.
사랑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단지 그 대상이 톰이 아니었을 뿐.
썸머는 톰을 지나고 나서야 그 사랑을 깨닳은 것이다.

그리고 톰.
썸머와 헤어진 후 한참을 힘들어 하던 그도
그녀를 만난다. 어텀.
운명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위해 잠시 멈추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시작도 되기 전에 영화는 끝이났지만 알고 있다.
사랑은 그렇게  멈추기도, 지나가기도 한다.

그래,  여름(summer)이 가면, 가을(autumn)이 온다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된 원화도, 음악도,
손바닥을 저리게 만들던 노골적이게 사실적인 에피소드, 그 에피소드 안의 쓴 유머도.
즐거웠고,
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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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보통_  (0) 2010.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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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 back  (2) 200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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