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위한 변명

whisper 2007. 12. 21. 05:08


프로작이 나오기 전까지 우울증은 그저 우울한 감정이었고,
수면제가 나오기 전까지 불면증은 그저 잠에 잘 들지 못하는 상태였을 뿐이라면 -

한 가지 약의 발명은 기존에 없던 질병을 새롭게 만들어 낸다는 아이러니.
아니. 질병을 만들어 낸다기 보다는 현상에 대한 命名이 맞겠다.
물론 견디기 힘든 어떠한 현상. 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약이 발명된거겠지만
그 약으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질병을 끊임없이 부여받아야 한다.


아프리카식으로 주전자에 물을 넣고 삼십분이 넘게 보글보글 끓이는 커피는
혀끝에서 맴도는 대지의 열기와 방안을 휘감는 아득한 향으로
마지막 한 방울이 목 구멍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까지
정제되지 않은 환각이 손 끝까지 퍼지지만,

그 한잔 후,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까지의 끝도 없는 생각들.
결국엔 그것에 먹혀버리는 고된 시간이 계속되다보면
이것이 그저 잠들기 전의 망상의 연속인지
꿈속에서 길을 잃고 내가 헤매고 있는 것인지 구별 할 수 없는 한 시점이 온다.
거창하게 장자를 들먹이며 나는 결코 나비의 꿈속의 등장인물 1이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결국엔 등장인물 1도 아닌 17쯤 된채로
푸른 새벽을 맞이 하곤 하는 셈이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태양을 품은 대지와의 조우를 위한 삼십분 때문에
이 밤을 이렇게 태워버릴 것인가.

그렇다면
c.o.f.f.e.e. 를  마시지 않으면 되잖아
라고 쉽게 말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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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e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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