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E LIVES>의 메슈 보몬트는 목차의 첫 번째 사람이지만, 소설 내 일곱 번째로 등장했다.
아직 40페이지 남짓 읽어 그가 희생자인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메슈가 퇴근 후 foo fighters의 몇 곡을 듣는 장면을 보고는 아주 오랜만에, 얼마만인지도 기억이 안나는 오랜만에 walking after you를 들었다.
올해 첫 책을 미스터리 스릴러로 고르고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부유하는 마음을 영 가라앉히지 못하고 새해도 닷새가 지났다.
올해는 회사와 업무에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덜 하겠다 마음먹었는데, 뜻대로 될지 모르겠다.
25년 첫 주
1월 1일 - 엄빠랑 빈투바서 대방어 먹음
1월 2일 - 퇴근하고 저녁에 남편과 치킨
1월 3일 - 남편 쉬는 날, 난 재택으로 일하면서 점심은 중식, 저녁은 와인 한잔, 밤에 혼자 '캐리온' 봄
1월 4일 - 올해 첫 등산, 민정 언니네랑 남편 생파
1월 5일 - 나무 식기 오일링, 와인 병입 50병, 기대보다 부케와 산미가 좋음
1월 6일 오늘
바쁜 월요일, 퇴근 후 복싱, 복싱 후 만두와 양배추, 독서하다 딴 짓으로 마무리하는 하루
9권의 종이책을 빌렸고, 제대로 읽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21편의 영화를 봤고, 기억에 남는 건 딱히 없다.
4월 사이판, 5월 하이퐁, 11월 안나푸르나 트래킹, 12월 하이퐁 깟바 섬.
6번째 와인을 담그다.
퇴근 후 남편과 Gramps Ground에서 저녁과 맥주 한잔을 하고 들어와 25년의 인터넷 사주를 보며 시시덕거리다,
남편이 잠들고 위스키 한잔을 마시며 '고래와 나'를 본다.
인간의 무지함에 반성하고 다시금 고래의 우주적인 경이로움에 감탄한다.
한 해의 마지막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다큐였다.
손 안의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별일 없이 지나가는, 지내는 날들을
무의미함이나 무료함으로 치부하던 지난 날들이 반성되는 요 며칠.
별일 없이 하루를, 한 달을, 일년을 살아내는 게 얼마나 어렵고 더불어 소중한지를 깨닫는다.
무사히 한 해를 잘 살아냈다는 데 안도한다.
사람들과 주고받은 문장, 드라마 속 대사, 영화의 장면, 책의 구절이 온갖 단어들로 잘게 쪼개져 떠다닌다.
작은 공포가 되었다가,
큰 분노가 되었다가,
소소한 걱정이 되었다가
사그라들고 복기하기를 반복한다.
종내 지쳐버리고 단어마저 형태소로 분해되고 나면 비로소 아침이 온다.
발작적 불면은 강박과 걱정에서 비롯된다.
여전히 너그러워지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엄격함을 내려놓는 순간이 온다면 사라질 걸 알지만 불가능의 영역일 수 있겠다고,
다른 수 개의 방법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다시금 되내어본다.